세도나에 오면 꼭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가 바로 **에어포트 루프 트레일(Airport Loop Trail)**이다. 이 코스는 세도나 공항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펼쳐지는 하이킹 코스로, 평소 걷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이날 무릎 보호대를 깜박하고 나왔다. 원래라면 조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걷게 됐다. "이거 꽤 긴 코스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멀리 보이는 붉은 바위들과 가까이 펼쳐지는 사막 풍경이 자꾸만 나를 유혹했다. 다리는 점점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궁금해지는 풍경
에어포트 루프 트레일의 가장 큰 매력은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는 풍경이다.
앞을 보면 끝없이 펼쳐진 붉은 바위 협곡이 장관을 이루고, 고개를 돌리면 세도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걷다 보면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시야가 펼쳐져, 다음 장면이 궁금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다리가 아프다고 멈추려 해도, 다음 풍경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서 발걸음을 떼게 되는 곳. 에어포트 루프 트레일은 그런 길이다.
우연한 만남과 따스한 순간들
되돌아오는 길, 피곤한 다리와는 달리 내 눈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아래쪽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젊은 청년 세 명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은 듯,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순간, 나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 시선 속에 담긴 그 순간을 사진으로 간직하려면 그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내 물음에 그들은 흔쾌히 미소를 지으며 허락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담아보았다. 붉은 바위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그들의 뒷모습은, 세도나의 자연 속에서 한 편의 그림처럼 자리 잡았다.
사진을 찍은 후, 나는 그들에게 바로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그들의 전화번호를 지웠음을 직접 확인시켜 주었다. 이방인의 전화번호를 간직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으니, 나름의 배려였다. 그들도 내 행동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했다.
짧은 대화 속에서, 그들은 앞으로 플래그스태프(Flagstaff)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도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문득 우리 큰애를 떠올리게 했다. 저 나이 때는 세상이 마냥 넓고,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지 않을까.
세도나의 자연이 선사하는 치유
에어포트 루프 트레일은 단순한 하이킹 코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감동과, 우연한 만남이 주는 따뜻함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다리가 아파도, 몸이 피곤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걷게 만드는 길.
그날 나는, 세도나의 붉은 바위 사이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음미하는 법을 다시 한 번 배웠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트레일의 끝자락에 도달하면 눈앞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어둑해진 하늘 아래 붉은 바위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오늘 하루의 모든 피로가 자연스레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나는 그날, 세도나 에어포트 루프 트레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삶의 소소한 기쁨과 인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걷고 싶은 길, 다시 마주하고 싶은 풍경
에어포트 루프 트레일은 내게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무릎 보호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그 길의 매력은, 때론 내가 잊고 있던 젊은 시절의 설렘과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오늘도, 내 마음속에는 세도나의 붉은 바위와 함께 한 젊은 청년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과의 짧은 만남이 따스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다리가 아파도, 발걸음이 무거워도,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그 길을 다시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