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나에서 ‘ChocolaTree Organic Eatery’라는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당연히 초콜릿 디저트 카페일 거라고 생각했다. ‘Chocola’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핫초콜릿을 전문으로 하거나, 초콜릿 트러플 같은 수제 초콜릿 맛집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은 초콜릿이 아니라 유기농(Organic), 비건(Vegan), 글루텐 프리(Gluten-Free) 레스토랑이었다.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건강한 식사와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식당 입구에는 "우리는 자연이 준 그대로의 음식을 제공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니 화학 첨가물 없는 건강식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야외 테라스였다. 이곳은 주인이 15년 동안 직접 가꾼 정원이라고 한다. 나무와 꽃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자연과 하나 된 듯한 분위기가 세도나의 느낌과 참 잘 어울렸다. 다만, 너무 완벽해 보이는 이곳에도 작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모기. 푸른 나무와 꽃들이 가득한 덕분인지, 모기들이 꽤 많았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느낌은 좋았지만, 한 손으로 모기를 쫓으며 음식을 먹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세도나의 자연을 닮은 유기농 & 비건 메뉴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레스토랑 메뉴와는 전혀 다른, 자연 친화적인 비건 & 글루텐 프리 요리들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로푸드 피자(Raw Pizza)였다. 일반 피자와는 다르게, 밀가루 도우 대신 아몬드와 씨앗을 갈아 만든 도우를 사용했다. 치즈 대신 캐슈넛을 활용한 크리미한 소스가 올려져 있었다. 건강한 피자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다음으로 비건 타말레(Vegan Tamale)가 눈길을 끌었다. 타말레는 멕시코 전통 요리로, 옥수수 반죽 안에 속재료를 채워 넣어 만든다. 이곳에서는 고기 대신 신선한 채소와 콩을 가득 넣어 비건 스타일로 변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됐던 건 비건 초콜릿 무스(Vegan Chocolate Mousse)였다. 초콜릿 가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건 초콜릿 디저트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유제품 없이 코코넛 크림과 카카오를 사용해 만든다고 한다.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건강도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디저트였다.
나는 로푸드 피자와 비건 초콜릿 무스를 주문했다. 세도나의 자연 속에서 건강한 한 끼를 경험해본다는 생각에 괜히 기대가 됐다. 그리고 얼마 후, 내 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이게 과연 맛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문 순간,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음식 그 이상의 경험, 몸과 마음을 채우다
로푸드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바삭한 견과류 도우의 고소함, 신선한 토마토 소스의 상큼함, 그리고 캐슈넛 치즈의 부드러운 감칠맛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흔히 건강식이라고 하면 싱겁고 밋밋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피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식재료 본연의 맛이 더 살아 있어 입안 가득 풍성한 느낌을 줬다.
디저트로 주문한 비건 초콜릿 무스도 놀라웠다. 일반 초콜릿 무스와 다르게 크림이나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부드럽고 진한 맛이 났다. 코코넛 크림이 초콜릿과 어우러지면서, 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을 남겼다. ‘비건 디저트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테라스로 나가 차 한 잔을 마셨다. 테라스 한쪽에는 해먹이 걸려 있었고,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인이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가꾼 공간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이곳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다만, 모기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모기 기피제를 챙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무리 – 세도나에서 건강한 한 끼를 원한다면?
ChocolaTree Organic Eatery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물해준 곳이었다. 초콜릿 가게인 줄 알고 갔다가, 비건 레스토랑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경험.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은 이런 우연한 만남이 더 큰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세도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리고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건강한 한 끼를 원한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붉은 바위산과 푸른 나무들 속에서, 자연이 준 그대로의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좋은 한 끼.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단, 모기 기피제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