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를 다시 마주하다 – 영화 미나리와 내 이야기
미국 마트에서 미나리를 발견한 순간, 자연스럽게 영화 미나리가 떠올랐다. 이민자의 삶, 낯선 땅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던 한 가족, 그리고 그 옆에서 끈질기게 자라던 미나리. 영화 속 미나리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가족의 생존과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 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한국에서 이민 온 한 가족이 땅을 일구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제이콥(스티븐 연)은 닭 성별을 감별하는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농장을 일구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한국 채소를 재배해 한인 마켓에 판매하려 한다. 그러나 농사는 생각처럼 쉽지 않고,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 건강 문제 등 수많은 위기를 맞는다.
그런 와중에 할머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집 근처 개울가에 심는다.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라는 미나리는 가족과 닮아 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려는 그들의 모습이 미나리와 겹쳐진다. 결국 제이콥의 농장은 불길에 휩싸이지만, 개울가의 미나리는 무성하게 자란다.
미나리 두 단 – 한 단은 김치로, 한 단은 실험으로
마트에서 미나리를 두 단 샀다. 처음부터 재배할 계획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손에 든 미나리를 보며 ‘이걸 그냥 먹어버릴 게 아니라 한번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은 참지 못하고 미나리 김치를 담갔다. 고춧가루와 양념을 버무리자 익숙한 향이 퍼졌다. 첫맛은 상큼했고, 씹을수록 특유의 향이 입안을 감돌았다. 짭조름한 양념이 배어든 미나리 한 줄기를 베어 물면서,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맛이 떠올랐다.
뿌리 없는 미나리, 과연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나는 이곳 농장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뿌리 없는 미나리를 다시 살릴 방법이 있을까?"
그러자 한 사람이 Root Starter(뿌리 성장 촉진제)를 써보라고 했다. 나는 바로 Home Depot으로 가서 Root Starter를 샀다.
미나리 뿌리내리기 실험
- 미나리 줄기 손질: 줄기 끝부분을 조금 잘라냈다.
- Root Starter 사용: 뿌리 촉진제를 듬뿍 묻혔다.
- 흙에 심기: 배수가 너무 잘되지 않는 곳을 선택하고 깊숙이 묻었다.
- 물 주기: 흙이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뿌렸다.
사흘 후, 희망의 조짐
사흘이 지나고 확인해보니, 줄기 일부가 살짝 시든 듯 보였지만, 완전히 쓰러지진 않았다. 뿌리가 자라날 듯한 작은 돌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미나리의 생명력 –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는 식물
미나리는 물만 있으면 쉽게 자라고 널리 퍼지는 식물이다. 개울가, 논두렁, 심지어 화분에서도 잘 번식한다. 수경재배도 가능하기 때문에 물에 담가 두기만 해도 뿌리가 나와 다시 심을 수 있다.
미나리를 보며, 그리고 앞으로
미나리를 다시 뿌리내리려는 내 모습이 어쩐지 영화 속 가족과 겹쳐 보였다. 농장 사람들과도 미나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그들은 영화 미나리를 본 적이 있지만, 미나리를 직접 맛보거나 키운 적은 없다.
이 작은 식물이, 내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이 땅에 적응해가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텃밭의 미나리를 보며, 나와 미나리의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