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이런 날이면 괜히 기분도 가라앉고 몸도 나른해진다. 그래서 일부러 기분 전환할 겸, 근처에 있는 초콜릿 전문점을 찾아갔다. 미국에서 유명한 Gayle’s Chocolates, 1979년부터 시작된 곳이라고 한다. 수제 초콜릿 맛집으로도 소문난 곳이라 초콜릿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하다고.
문을 열자마자 달콤하고 진한 초콜릿 향이 코를 먼저 채웠다. 쇼케이스에는 각양각색의 초콜릿이 가득했고, 한쪽에는 아기자기한 포장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트러플 초콜릿만 해도 종류가 어마어마했다. 밀크, 다크, 화이트 초콜릿은 기본이고, 견과류가 묻은 것, 초콜릿 가루가 뿌려진 것, 바삭한 초콜릿 칩이 덮인 것까지.
수제 초콜릿의 향연, 선택의 고민
사실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해도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신중하게 딱 하나만 고르기로 했다.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건 다크 초콜릿 아몬드 트러플.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잔 시켰다. 초콜릿 전문점에 왔으니 핫초콜릿도 있었지만, 오늘은 초콜릿 자체의 맛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조심스럽게 트러플을 집어 들었다.
한입 베어 문 순간, 달콤한 위로
트러플 초콜릿을 한입 베어 물자, 바삭한 초콜릿 코팅이 살짝 부서지며 안쪽의 부드러운 가나슈가 입안으로 퍼졌다. 진한 다크 초콜릿의 씁쓸한 맛과 함께 아몬드의 고소함이 딱 적당한 밸런스를 이루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 단맛과 쌉싸름한 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그냥 달기만 한 초콜릿과는 확실히 다르다. 마치 천천히 녹아내리면서 기분까지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느낌. 구름 낀 날에 기분 전환을 원했던 내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한 조각의 초콜릿이 주는 작은 행복이 이 정도일 줄이야.
트러플 초콜릿, 작은 사치 그리고 큰 만족
어쩌면 초콜릿을 먹으러 간다는 건 단순한 간식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핸드메이드 초콜릿을 하나 고르고, 조용한 공간에서 천천히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 초콜릿 전문점 투어를 다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기에, 프랑스, 일본… 나라별로 개성이 다른 초콜릿들을 경험하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하지만 당장은, 이 한 조각의 초콜릿이 주는 만족감으로 충분했다.
밖에는 여전히 구름이 가득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달콤한 간식 추천을 원한다면, 수제 초콜릿 한 조각으로 작은 사치를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